* 12강

- 강의 일시: 2021.08.11

- 강의 제목: 그림책, 여행을 말하다

- 강의 장소: 양구문화원 (비대면_미트)

- 관련도서명 :

'토끼들의 밤 (책읽는곰)', '할머니의 여름휴가 (창비)',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한림출판사)',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문학과지성사)', '󰡔아빠와의 산책 (길벗어린이)'

-강의내용 :

이번 여름, 이 강의를 듣느라 휴가를 떠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여행을 떠나볼 예정이다. 평범한 여행부터 오싹한 여행, 완벽한 여행, 엉망진창 여행, 추억여행, 세계여행, 환상여행까지 모든 여행의 종류가 그림책 속에 있으니 말이다. 32쪽짜리 대리여행이 어떻게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본다.

- 강의 중 소개된 그림책 :

• 용이 사는 섬 코모도

• 할머니의 여름휴가

• 넉점반

• 수영 팬티

•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

• 토끼들의 밤

• 아빠와의 산책

• 해리스버딕의 미스터리

•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 강의 후기 : 글, 양구문화원 사무국장 강소희

김준영 작가님과의 아쉬운 마지막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면 그림책은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주는 세상에가 가장 아름다운 인연의 끈 같다.

그림책으로 김준영 작가님처럼 좋은 사람과의 만남도 있지만, 그림책 그 자체로도 좋은 만남이었다.

마지막 수업이라 김준영 작가님과의 헤어짐은 아쉽지만, 새로운 그림책을 알고 헤어질 때는 반대로 기분 좋은 헤어짐이다.

이 순간 나의 마음을 알리는 단어가 “고마움”, “감사”라는 두 단어로 정의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멋진 그림책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김준영 작가님께 진심을 담아 후기로 대신해 본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질 때는 언제일까?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을 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을 때?

딱 이런 증상이 나타났거나, 이런 상태라면 가슴 뻥 뚫리게 하는 그림책 여행을 권하고 싶다.

진짜로 여행 가방을 들고 여행지로 떠나는 것도 잃어버린 마음조각을 찾는 방법이겠지만, 내 마음의 자리를 그림책 여행으로 넓혀가는 기회 또한 보물찾기 하듯 뜻밖의 마음조각을 찾아낼 수도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한다.

김준영 작가님도 “그림책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위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김준영 작가님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울과 무관심보다는 즐거움과 호기심, 좌절과 비관보다는 희망과 기대, 증오와 적개심보다는 사랑과 용서와 감사, 불행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진짜 용을 만나고 싶어요!”

그림책 ‘용이 사는 섬 코모도’는 현실과 상상이 하나가 되어 우리를 끝없는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주인공 아이가 진짜 용을 보기 위해 도착한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섬. 하지만 그곳에는 기대에 가득 차 도착한 코모도 섬엔 관광객들만 우글댈 뿐이다. 아이는 무리를 떠나 홀로 숲 쪽으로 발길을 돌릴 때,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관광객들은 코모도 섬이 실망스러웠지만,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휴가’에서는 할머니가 잠깐 다녀온 바다 여행, 그건 그저 '판타지'가 아니라 할머니가 살아왔던 시간 속 여행을 다녀 온 것이라 생각된다. 예전에 입었던 낡은 수영복을 꺼내 소라게 껍질 속으로 들어간 곳에서, 예전처럼 비치파라솔을 펴고 한껏 바다를 바라보았던 시간을 할머니는 여행 삼아 다녀오신 걸 보고 있으니. 그 파라솔 속에 내가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다.

“토끼들의 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스토리를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만 전개하면서 작가가 제시한 그림 속의 단서들을 어떻게 따라 가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가 생각한 두 가지의 스토리는 어떤 걸까? 나 나름대로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이 시간이 재밌다.

왼쪽 그림엔 토끼가 쓰러져 있고, 거기서부터 트럭의 타이어 자국이 시작된다. 갑자기 튀어 나온 토끼를 쳐버린 트럭이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이다. 오른쪽 그림은 토끼들의 밤이 끝나고 날이 밝아 오면서 기절했던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깨어나는 장면이다. 아마도 토끼들이 자기들의 친구가 차에 치어 죽은 자리에 아저씨를 끌어다 놓은 걸지도… 어쩌면 그래서 새로운 토끼의 이미지는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입는 옷을 입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로서의 토끼가 예쁘고 친근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토끼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바로 그들의 숲속에서 그들의 먹이를 먹으며 그들끼리 살아가는 때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 주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꼭 여행을 해야 여행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날마다 산책만 하더라도 매일 다른 날을 선물로 받는 여행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김준영 작가님께 다시 한 번 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